Prioritize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것은 단순히 일의 순서를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불확실성 속에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문제와 같습니다. 우리는 종종 쉬운 것부터 하자low-hanging fruit와 같은 휴리스틱에 의존하지만, 이런 접근은 최적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AI를 연구하는 우리에게는 이 문제를 해결할 더 강력한 도구가 있습니다. 바로 결정 이론decision theory이라는 렌즈로 우선순위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 관점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행위는 기대 효용expected utility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주된 도구로 사용하는 AI/ML/통계학도 결국 이러한 기대효용 극대화를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한 답을 베이지안 결정이론이나 강화학습, 온라인 러닝 기법 등의 다양한 모양새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 핵심 프레임워크를 바탕으로, 저희 AI 조직이 어떻게 중요한 업무에 집중하고 큰 임팩트를 내는지 공유하고자 합니다.
결정 이론의 핵심은 기대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업무에서 기대 효용이 높은 선택이란 무엇일까요? 이것이 바로 High Output Management에서 강조한 레버리지leverage의 개념입니다. 레버리지가 높은 업무에 집중하라는 원칙은, 결국 기대 효용을 극대화하라는 이론을 현실에 적용한 훌륭한 휴리스틱인 셈입니다. 매니저의 아웃풋은 본인 조직의 아웃풋과 본인이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모든 조직의 아웃풋의 총합이라고 하였습니다. 아웃풋의 크기는 결국 수행하는 행동과 그 행동의 레버리지의 곱으로 구성됩니다. 그렇다면 아웃풋의 크기를 늘리기 위해서는 수행하는 행동의 수를 늘리거나 레버리지 자체를 늘리거나 혹은 레버리지가 낮은 업무의 비중을 줄이고 레버리지가 높은 업무를 많이 수행해야 합니다. 이러한 단순한 프레임워크를 머릿속에 넣고 업무를 대하는 것이 우선순위를 잘 설정하고 의사결정을 잘 하는 기본적인 방법입니다. 해당 책에서 매니저가 수행하는 업무 중 레버리지가 큰 업무로 한 명의 매니저가 여러 사람에게 영향을 주거나, 매니저의 짧은 인풋으로 한 사람의 퍼포먼스가 긴 시간 향상될 수 있거나, 한 사람이 큰 그룹의 업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지식이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경우 등을 꼽고 있습니다.
레버리지 높은 업무에 집중하라는 것은 뻔해 보이지만 이를 잘 지키면서 행동하면 얼핏 드는 생각보다 훨씬 큰 성과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러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일단 파레토 법칙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흔히 80:20 법칙이라고도 불리는데, 80%의 성과가 20%의 업무에서 나옴을 의미합니다. 만약 이 법칙이 사실이라면 20%의 중요한 업무가 아닌 곳에 집중되는 거의 대부분의 노력은 기회비용을 생각해보면 버려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Proactive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에도 언급이 되었지만 나 혼자 최선을 다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 전체를 활용하는 것이 레버리지가 높은 행동입니다. 당연하게도 나 혼자 열심히 하는 것과 회사 전체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인풋 대비 그 결과의 크기가 훨씬 커질 여력이 많이 있겠죠.
이처럼 레버리지는 기대 효용을 극대화하는 강력한 지침입니다. 하지만 현실의 문제는 더 복잡하며, 이론적 최적을 늘 계산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더 넓은 의사결정을 돕는 도구를 갖추어야 합니다. 이 도구는 크게 두 가지, 즉 행동 규칙인 휴리스틱과 상황을 이해하는 틀인 멘탈 모델로 나뉩니다.
휴리스틱(원칙/규칙)은 복잡한 계산을 하는 대신 보통 잘 통하는 미리 정해둔 규칙을 따라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의사결정을 빠르면서도 효과적으로 잘 수행하는 분들은 잘 동작하는 여러 휴리스틱과 해당 휴리스틱의 약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휴리스틱에 대한 생각을 해보기에 가장 좋은 소개 자료는 Ray Dalio의 원칙이라는 책을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만약 내가 어떠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잘 모르겠다 혼란스럽다와 같은 생각이 든다면 내가 이러한 원칙/휴리스틱이 없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고 만약 그렇다면 해당 상황에 적용 가능한 휴리스틱을 만드는 것을 고려하길 바랍니다.
몇 가지 휴리스틱을 예시로 들어보자면 Jeff Bezos는 의사결정은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고 하였습니다. 양방향의 의사결정이 가능한 경우에는, 그러니까 결정을 되돌리는 것이 비싸지 않다면 빠르게 현재 있는 정보만을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합니다. 반면 단방향의 의사결정만 가능한 경우에는, 그러니까 결정을 되돌리는 것이 비싸거나 불가능하다면 최대한 천천히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번복할 수 있는 종류의 결정은 고민을 더 하기보다는 최대한 빠르게 행동을 하여 불확실성을 명확하게 줄이도록 하자는 휴리스틱입니다. Ray Dalio는 동료들의 전문성에 기반한 가중 평균 투표 제도를 활용하여 의사결정을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는 앞서 잠깐 언급한 ML 분야의 하나인 온라인 러닝 분야에서 활용하는 최적 의사결정 알고리즘의 열화판으로 볼 수 있습니다. Online learning에서 어떤 방식으로 최적 포뮬레이션을 하는지에 대해 알고 싶다면 Prediction, Learning, and Games를 살펴 보시길 권합니다.
멘탈 모델은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어떤 휴리스틱을 적용할지 판단하게 돕는 생각의 틀입니다. 멘탈 모델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은 Charlie Munger의 Poor Chalie's Almanack을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Charlie Munger의 제안대로 세상의 다양한 분야에 존재하는 기본적인 생각의 도구를 숙지하고 이를 렌즈 삼아 현상을 바라보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제가 AI 조직에서 자주 언급하는 멘탈 모델을 예시로 들어보자면 프로그래밍을 통한 조직 구조의 이해(콘웨이의 법칙), Shapley value를 비롯한 게임이론의 다양한 아이디어, 시스템적 사고 등이 떠오릅니다.
하이퍼커넥트 AI 조직에서는 늘상 이러한 원칙과 멘탈 모델의 활용이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데이터를 더 깊게 분석하는 것과 빠르게 행동하여 데이터를 얻는 것 사이에서 고민을 할 때 이 결정이 대부분 쉽게 되돌릴 수 있는 양방향 문이기에 해당 휴리스틱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긴 분석을 통해 완벽을 기하기보다 빠르게 행동하여 불확실성을 줄이는 선택을 합니다. 이처럼 의사결정에 있어서 명확한 원칙이 존재하면 팀은 왜 특정 선택을 하는지 이해하게 되며 매우 효과적으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물론 언제나 수학적으로 최적인 계산을 수행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탄탄한 도구를 갖추고 있는 것은 무척이나 유용합니다. 필요에 따라 문제를 바라보는 해상도를 달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어떤 것을 가정하고 있는지, 그 가정의 불확실성은 얼마인지, 이를 얼마나 쉽게 줄일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감을 얻기에 매우 유용합니다.
이러한 접근 방법을 더 깊이 알고 싶으시다면 Douglas Hubbard의 How To Measure Anything이라는 책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별다른 수학적인 훈련 없이 베이지안 결정이론을 어떻게 현실 세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책 한권으로 알려주는 책입니다. 본인이 AI를 진지하게 공부하시는 분이라면 Kevin Murphy의 0번째 책의 챕터 5, 6과 함께 Mathematicalmonk의 ML 강의 챕터 11을 살펴보시고 체화하시길 권합니다.
우선순위를 잘 설정하자는 뻔한 문구 아래에는 AI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반드시 이해하고 있어야만하는 합리적 의사결정 이론이 깔려있습니다. 의사결정의 근본이 되는 결정 이론의 프레임워크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법으로서 행동 규칙인 휴리스틱을 활용하며, 다양한 상황을 꿰뚫어 보기 위해 여러 종류의 멘탈 모델을 갖추는 것. 이처럼 구조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불확실성을 고려한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의 이해와 이를 배경삼아 만들어낸 다양한 종류의 멘탈 모델 및 의사결정 원칙이 하이퍼커넥트 AI 조직이 중요한 업무에 집중하여 큰 임팩트를 내는 방법입니다.
같은 글을 https://shurain.net/blog/prioritize/ 에서 보실 수도 있습니다.